씨네21 시즌 7 특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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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사] 멀더, 당신 돌아와줬군요!

  • 2001/07/10
  • 남명희


2년 전에 헤어진 상대가 아직도 그립다. 그래서 늘 만나던 시간엔 가슴이 떨리고, 어두운 밤이 되면 괜히 서성대며, 어딘가 한구석이 허전해서 TV 리모콘만 이리저리 돌린다. 요즘 세상에 그런 사람이 아직도 있느냐고 물으면, 아주 많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드라마 <엑스파일 The X-Files> 새 시리즈가 다시 돌아온다. <창세기의 비밀 Biogenesis>를 마지막회로 방송한 것이 1999년 10월 11일, 특집 프로그램인 <엑스파일, 그 뒷이야기 Inside the X-Files>가 1999년 10월 18일 방영되었으니, 2001년 6월 29일 새 시리즈가 방영되기까지 거의 2년 간의 공백이 있었던 셈이다.

그 2년 동안 KBS 홈페이지와 외화부에는 늘 요청이 올라왔다. 도대체 <엑스파일>은 어디에 갔느냐, 언제 방영해주냐, 돌아오면 월요일 11시에 제대로 해 줄 것이냐 등등등. <엑스파일> 팬들의 극성은 언제나 각별한 것이어서 시간을 초월할 정도다. 어느 드라마가 종영한지 2년이 다 되어가도록 그토록 꾸준히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미국 드라마는 보통 1년을 기준으로 삼아 7개월 정도는 새 시리즈를 방영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재방송을 한다. 이를 ‘시즌’ 제도라고 부르는데, 2001년 6월 29일 돌아오는 새 시리즈는 시즌 7, 미국에서 1999년 11월부터 2000년 5월까지 방영한 에피소드이다. 시즌 6 마지막회에서 뇌 이상을 일으켰던 멀더를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컬리의 이야기를 다룬 <6번째 대멸종 The 6th Extinction>을 첫 회로 총 22편이 방송될 예정이다.

시즌 7에는 유달리 재미있는 이벤트성 에피소드가 많다. 드라마 <[[Millennium|밀레니엄 Millennium}}>과 크로스오버를 한 에피소드도 들어있다. 사이버펑크의 기수 윌리엄 깁슨과 톰 매독스도 다시 참가해서 ‘엑스파일판 툼레이더’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셔서, 담배피우는 남자 역의 윌리엄 데이비스는 ‘리차드 3세’에서 가져온 아이디어로 에피소드 대본에 참여했고, 데이빗 두코브니와 질리안 앤더슨도 각본, 연출을 담당해서 새로운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 Twentie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7년 동안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엑스파일>을 이끄는 멀더와 스컬리다. 연기하기 30분전에 나온 대본을 가지고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를 해내는 두 배우의 재능은 하늘의 축복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시즌 7 마지막회의 마지막 대사가 촬영 당일 아침에서야 나왔다는 사실을 듣고 나면, 질리안 앤더슨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얼마 전 재방송이 끝난 시즌 1을 생각해보면, 그때는 멀더와 스컬리보다는 사건에 더 비중이 컸다. 이상한 사건의 존재가 너무나 거대해서 사건을 수사하는 사람들보다는 사건에 압도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건을 겪으며 멀더와 스컬리는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고, 시청자 역시 멀더 스컬리와 뗄 수 없는 콩과 콩깍지가 되었다. 확실히 현재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시즌 3 만 봐도 둘이서 툭탁툭탁하는 것이 분위기가 ‘과도기적’이다.

시즌 4에서 아름답거나 귀엽거나 명쾌하다 등의 ‘좋다’라는 평가를 들은 작품들은 모두다 멀더와 스컬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꼬리달린 남자 Small Potatoes>에서 변신가능한 남자가 멀더로 변하는 후반부는 이러한 멀더-스컬리 관계에 중점을 두는 <엑스파일>의 변신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극장판 엑스파일 역시 외계인은 알고보니 왕 무식하게 손톱발톱만 발달한 종족이었다는 허무한 소리를 하는 와중에 멀더와 스컬리의 키스장면과 포옹장면만 감동적이었다. 그뒤 시즌 6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사랑한다’ 한 마디 하느라 4천만 달러를 한 에피소드에 투입했다. 알게 된지 7년만에야 간신히 키스다운 키스를 하고 같이 팝콘먹고 맥주마시며 비디오 빌려보는 두 요원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이제 드라마의 핵심이 완전히 멀더와 스컬리가 되어버린 것은 양날의 칼과도 같다. 거의 멀더로서 스컬리로서 합일체가 된 두 사람의 연기 앙상블은 이야기가 빈약해도 모든 것을 포괄해낼 정도다. 극장판 <미래와의 전쟁 Fight the Future>이 그 증거였다.

그 경향이 무조건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극중 캐릭터에 지나치게 의존을 하게 되면 극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 er>처럼 여러 명이 포진해 있어 한두 명 바뀌거나 나가도 크게 극중 흐름에 문제가 되지 않는 드라마도 아니다. <엑스파일>은 너무나 핵심 멤버 두 명에만 의존을 한다. 주변에 스키너 부국장, 담배피우는 남자, 쥐새끼 크라이첵이 있다고 해도 이들은 음모론 에피소드에만 등장한다. 괴물, 돌연변이 등이 등장하는 단독 에피소드에서는 오로지 멀더와 스컬리만이 극을 지탱하고 이끌어간다. 당연히 이야기는 뻔해지고, 무엇보다도 배우들이 지쳐버린다. 데이빗 두코브니가 <엑스파일>을 그만두고자 한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런데도 <엑스파일>이 양질의 작품을 계속 낼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천재적인 이야기꾼들이 모여있다는 축복 덕이다. 같은 이야기도 계속 달라 보이게 말하는 것은 보통 재주가 아니다. 이들 같은 사람들을 9년씩이나 한 작품에 매달리는 것은 오히려 퇴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제작진 1013 프로덕션이 오로지 <엑스파일>에만 매달린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들 역시 다른 것이 필요했고 다른 것을 시도했고 다른 것을 내놓았다.

2001년 봄 야심작으로 <엑스파일>의 캐릭터 ‘외로운 총잡이’ 삼총사를 내세운 스핀오프 시리즈 <론건맨 The Gunmen> 시리즈가 나왔다. 그러나 시청률 문제로 12편만을 제작하고 끝을 내야만 했다. 이미 TV 시리즈 <밀레니엄>과 <하쉬렐름 Harsh Realm> 모두 시청률을 빌미로 아깝게 중단해야만 했다. 그런데 <엑스파일>의 주인공 특별출연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놓은 <론건맨>마저 중도하차라니. 1013 프로덕션에게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는 것을 뜻할지도 모른다.

중도하차라고 해도 <밀레니엄>과 <하쉬렐름> 모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을 때도 좋은 평가를 들은 작품이었다. 즉, 1013 프로덕션의 능력은 모두가 의심치 않지만 그것이 시청률을 담보로 할 때는 <엑스파일>에 비해 떨어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것이 미국에서도 여전한 문제가 되었던 듯 싶다. <엑스파일>은 이제 9년째 이어지는 시리즈가 되었다. 1년이나 제대로 할까말까 했던 시리즈가 9년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배급사인 폭스사는 더더욱 시리즈를 이어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기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멀더-스컬리 공조체제의 <엑스파일>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방영할 시즌 7이 마지막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할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나라 방영은 멀었지만, 이미 미국에서 끝난 시즌 8은 멀더-스컬리에서 도겟-레이어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라는 것이 드러났다. 멀더가 자기의 성배를 추구하던 것이 <엑스파일>이었다. 그런데 멀더 자체가 이야기에서 실종되어버린다면, <엑스파일>은 어떻게 된다는 것일까?

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한 점에 있다. 멀더와 스컬리의 존재가 너무나 커서 그렇지 본래 <엑스파일>이란 드라마는 이상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서로 의견대립을 벌이면서도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 본질적인 점을 다시 치고 나선다면 인물이 바뀐다고 해도 상쇄할 가능성은 있다. 대신, 아주 섬세하고 치밀하게 본질적인 면을 보여줄 것.


© Twentie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시즌 8의 가장 큰 변화는 데이빗 두코브니를 대신해서 들어온 존 도겟 요원, 로버트 패트릭이다. 데이빗 두코브니의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게 된 도겟 요원은 ‘멀더화’된 스컬리의 반대방향을 가리키는 표시판이다. 이전에 스컬리는 멀더의 이론을 반박하는 역할로 배정이 되었던 것처럼, 도겟은 비현실적인 수사를 해야하는 엑스파일 부서를 현실적인 위치에서 수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런데 스컬리는 과학자로서 멀더에게 반박을 하는 위치에 있었다면, 도겟은 전직 형사로서 군인으로서 스컬리에게 반박하지 않는다. 다만 있는 사건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도겟의 수용능력은 매우 적절하다. 도겟은 단 두개의 에피소드 안에서 멀더를 신뢰하는 스컬리처럼 스컬리를 신뢰하게 된다. 그 짧은 시간, 단 두개의 에피소드, 즉 2주일 만에 <엑스파일>에 녹아드는 로버트 패트릭의 연기력은 너무도 훌륭해서 웬만한 이견을 내놓을 수가 없다. 도겟이 <엑스파일>에 제대로 안착한 것은 <엑스파일> 자체의 본질(이상한 사건을 둘러싼 두 요원의 갈등과 해결)을 살렸을 뿐 아니라 로버트 패트릭을 선택한 1013 프로덕션의 이미지까지 끌어올렸다. 약간 방향 좀 돌리면, 도겟은 벌써 한국형 별명이 있다. 너겟이라고. (그냥 웃자고 한 소리다.)

제작자 크리스 카터의 유일한 실수는, 시즌 7까지도 멀더-스컬리 2인 공조체제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오래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때부터 2인 체제를 포기하고 다원화를 시도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시즌 7부터 새 요원들이 등장해서 멀더와 스컬리의 짐을 좀 덜어줬다면 데이빗 두코브니의 불만도 좀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그 대신 팬들의 원성은 좀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시즌 9의 소식은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데이빗 두코브니는 시즌 8에 나온 것도 잘못한 것이라며 9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고, 질리안 앤더슨은 시즌 9에 나온다고 하지만 주연이 아니라 단지 잠깐출연에 불과하다는 설이 무성하다. 심지어 제작자 크리스 카터도 영화 <테드 시리어스의 세상>을 만드느라 <엑스파일>에는 참가하지 않는다는 설까지 있다. 시즌 9가 나온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현재상황이 더 엑스파일스럽다.


그러나 아직도 불확실하게만 시즌 9를 질질 끌고 있는 폭스사보다 좀 더 얄미운 곳이 있다. 바로 한국방송 KBS라고. 2001년 초 전례 없이 ‘외화 시리즈 재방송’이라는 기적을 일으킨 것은 좋았으나, 오 마이 갓. 7차분 새 시리즈까지 밤 12시에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2년 간 지속적으로 사람도 받기 힘든 애정을 받아온 드라마를 밤 12시에 보라는 데에는 흰눈으로밖에 볼 수 없다. 나는 아직도 월요일 밤 11시만 되면 심장이 벌렁벌렁한다. 혹시 시작했는데 놓친 게 아닌가 싶어서. 6년 간 익숙해진 생체시계는 아직도 월요일 밤 11시에 엑스파일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도 엑스파일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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